루게릭병에 대한 이해

줄기세포 치료, 루게릭병에서 기대만큼 효과 못 낸 이유

로뎀요양병원

유재국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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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이하 ALS)은 현대의학이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신경퇴행질환이다.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근력 저하, 호흡 곤란으로 이어지는 이 질환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의 환자와 가족에게 절박한 문제로 남아 있다.

그 절박함 속에서 줄기세포 치료는 오랜 기간 가장 유망한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국내에서도 배양 자가 골수 유래 줄기세포 치료가 임상에 적용 중이고, 일정 수준의 안전성은 확인되었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환자에서 일시적인 안정이 관찰되기도 했지만, 질병의 진행 자체를 의미 있게 바꾸지는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단순히 ‘줄기세포 치료의 실패’로 결론짓는 게 과연 타당할까. 필자는 다른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줄기세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과연 준비되어 있었는가?”

◇줄기세포는 씨앗이고, 환자의 몸은 토양이다

줄기세포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세포를 주입하는 행위가 아니다. 줄기세포의 치료 효과는 세포 자체의 직접 분화보다 신경영양인자 분비와 면역조절 작용, 즉 ‘측분비 효과(paracrine effect)’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 최근 연구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제는 ALS 환자의 체내 환경은 이러한 작용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려운 상태라는 데 있다. 실제로 ALS 환자에서는 NK세포 기능 저하와 면역 불균형, 만성 염증 상태의 지속, 활성산소 증가 및 항산화 방어기능 저하, 중금속을 포함한 독성물질 축적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줄기세포를 투여해도 그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척박한 토양에 씨앗을 심는 것과 같아서다. 씨앗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토양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배양 방식과 비배양 방식, 각각의 한계

그동안 시행된 배양 줄기세포 치료는 세포 수를 대량으로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배양 과정에서 세포의 기능적 변화(phenotype drift)와 개체 간 편차라는 한계를 피하기 어렵다. 반면 최근 활용되는 골수유래 농축세포(BMAC) 방식은 세포의 자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줄기세포 수가 제한적이고 효과 지속성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두 방식 모두 환경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여했다는 공통된 한계를 공유하고 있다.

◇치료의 '내용'이 아니라 '순서'를 바꿔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원에서는 치료의 순서를 재설계하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줄기세포 투여에 앞서 체내 환경을 먼저 정비하는 것이다.

첫째, 면역 환경을 교정한다. NK세포 기반 면역조절은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감소시켜 전체적인 면역 균형 회복에 기여한다.

둘째, 산화 스트레스를 개선한다. 활성산소와 항산화 시스템의 불균형은 신경세포 손상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소다. 이를 먼저 교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독성물질 부담을 낮춘다. 중금속 및 환경 독성물질은 세포 기능을 저해하고 미세순환을 악화시킨다. 해독 과정을 선행함으로써 세포가 작동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체내 환경을 일정 수준 정비한 이후에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할 때, 그 효과가 보다 의미 있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기존 전략이 ‘줄기세포→효과 기대’였다면, 앞으로의 전략은 ‘면역조절 및 해독→환경 개선→줄기세포 →유지치료’의 흐름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통합 치료 모델로의 전환

ALS는 단일 치료로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따라서 치료 전략은 다음과 같은 다층적 구성을 필요로 한다. NK세포 기반 면역조절로 시작해 해독 및 항산화 치료를 통한 생체 환경 개선, 줄기세포를 통한 신경보호 및 기능 유지, 마지막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을 위한 대사 치료까지 이어지는 연속된 흐름이다. 이 다층적 접근은 증상 완화를 넘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이 개념을 바탕으로 면역조절과 해독 과정을 선행한 뒤,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하는 통합 프로토콜을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며 초기 환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결론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는 여전히 중요한 치료 도구다. 다만 그 효과는 세포 자체가 아니라, 세포가 작동하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줄기세포 치료가 효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그러니 “어떤 세포를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세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상태를 먼저 만들었는가”라고 질문을 바꿔야 한다. ALS 치료의 다음 단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본원에서 치료받고 계신 300명이 넘는 루게릭병(근위축측삭경화증)환자들과 다수의 신경계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 그리고 기타 희귀 내과계 질환, 독성질환을 가지고 계신 난치성 환자들의 진료과정을 통하여 루게릭병과 각종 희귀질환 치료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