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모 마음’까지 고발한 식약처…기자회견에도 ‘요지부동’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3/07 09:24
“희귀병 아이를 돌보면 죄인이 되는 나라, 식약처는 소아당뇨 관리체계를 개선하라.”
1형 당뇨병 환자 가족으로 구성된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회원 30여명이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 별관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사연은 이렇다. 소아당뇨병을 앓는 아들을 키우는 김미영씨는 수시로 손에 바늘을 찌르고 피를 뽑아 혈당을 재야하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당시 김씨의 아들은 4살에 불과했다. 김씨는 해외 사이트를 뒤져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 체크가 가능한 의료기기를 발견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이 기기에 스마트폰 앱을 연동시켜 원격으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장치로 개조했다. 그는 곧 이 기기의 사용 후기를 소아당뇨병 환자 커뮤니티에 소개했다. 후기를 본 다른 환자의 가족이 도움을 요청했다. 김씨는 체코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한 뒤, 직접 개조해 환자 가족들에게 나눠줬다.
식약처는 김씨의 행위가 의료기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식약처로부터 고발을 받았다. 김씨가 2년간 3억 원 어치의 물품을 대신 구매하면서 남긴 수익은 고작 90만원이었다. 여기에는 환율 차이도 포함돼 있었다. 수익 목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법을 위반했으므로 처벌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다. 세 번의 소환조사에 이어 결국 김씨는 서울서부지검에 송치됐다. 사연이 국민신문고로 전해졌다. 국회 등에서도 나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식약처는 원칙을 고수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김씨와 환우회, 그리고 이들의 법률지원에 나선 스타트업법률지원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자신의 아이와 다른 부모들의 자가 사용을 위해 수입한 것일 뿐, 수입을 업으로 하려고 한 사실이 없으므로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판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속혈당측정기에 설치한 것은 이미 생성한 데이터를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 화면에 보여주도록 전송만 하는 장치이므로 이를 무허가 의료기기 제조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식약처의 검찰 송치는 응급치료를 위해 의료기기를 수입하는 환자·부모 등을 잠재적 범법자로 내모는 행위로, 심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식약처의 설립 목적에도 위배된다”며 “이번 사건 같은 예외적 사건마저 일말의 배려 없이 조사와 검찰 송치를 남발하는 식약처를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의 기자회견에도 식약처는 요지부동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불법 의료기기 판매 행위로 민원이 들어왔다”며 “정부 입장에선 접수를 했으면 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다면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 사연은 알지만 절차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며 “최종 결정은 검찰에서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