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국산 보톡스 ‘메디톡신’ 씁쓸한 결말… 식약처, 허가취소 확정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6/18 09:46
메디톡스가 2006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보툴리눔톡신제제(보톡스) ‘메디톡신’이 결국 씁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메디톡스 보툴리눔톡신 ‘메디톡신주’ 등 3개 품목(메디톡신주, 메디톡신주50단위, 메디톡신주150단위)에 대해 25일자로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메디톡신 허가 취소에 따라 메디톡스 매출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메디톡신은 지난해 86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메디톡스 전체 매출(2059억원)의 42.1%를 차지했다. 단, 메디톡신 200단위는 허가취소 대상이 아니므로 계속 판매된다.
메디톡스는 식약처 처분에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허가취소 조치는 가혹하다”며 “허가취소 집행정지 본안소송 및 가처분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선 식약처의 메디톡신 판매중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지난달 22일 대전고등법원은 식약처의 메디톡신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 명령에 대해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서류조작 등 약사법 위반…“국민 보건 기만했다”
식약처는 4월 17일자 해당 품목의 잠정 제조・판매・사용을 중지하고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해 왔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주 등을 생산하면서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 적합한 것으로 허위기재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해당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했다는 혐의다.
이에 식약처는 메디톡스에게 ▲‘메디톡신주’ 등 3개 품목은 허가 취소 ▲‘이노톡스주’는 제조업무정지 3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1억 7460만원)을 처분했다.
또 법률 위반으로 품목허가가 취소된 의약품이 사용되지 않도록 메디톡스에 유통 중인 의약품을 회수·폐기토록 명령하고, 보관 중인 의료기관 등에는 회수에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다행히 메디톡신의 안전성 우려는 없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의 사용현황과 보툴리눔 제제에 대한 국내외 임상논문, 일정 기간 효과를 나타낸 후 체내에서 분해되는 특성 등을 종합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결과, 이번 사건 의약품으로 인한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식약처 “서류 조작행위 엄단 조치할 것”
식약처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관리당국을 기만하는 서류 조작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단속·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2012~2015년 지속·반복적으로 원액을 바꿔치기하고 원액 및 제품의 시험성적서 등을 고의로 조작했다. 이러한 서류 조작행위는 조직적으로 은폐돼 약사법에 따른 행정조사로는 확인에 한계가 있었으며, 검찰 수사를 통해 범죄행위가 밝혀졌다.
식약처는 “서류를 조작해 부적합 제품을 유통하는 기업은 신뢰할 수 없고, 허위조작 행위는 국민건강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근본적으로 국내 제약산업 전반에 대한 국제 신인도에도 심각한 손상과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식약처는 허가·승인 신청 자료의 조작이 적발된 업체에 대해 허가·승인 신청 제한기간 확대(1년→5년), 징벌적 과징금 상향(생산·수입액 5/100 → 공급액), 행정처분 양형 신설(서류조작 출하승인 신청시 허가취소) 등 약사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의약품 관리체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추진한다. 제조·품질관리 서류 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중 데이터 신뢰성 보증 체계를 집중적으로 강화한다.
약사법 제38조와 관련해 데이터 작성부터 수정, 삭제, 추가 등 변경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관리지침’을 마련·배포할 계획이며, 시험결과 뿐만 아니라 시험과정 전반에 걸친 데이터를 관리하고, 특히 허위·조작 가능성이 높은 시험항목을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의약품 제조·수입업체가 ‘관리지침’에 따라 신뢰성 보증을 위한 자사의 관리기준을 마련토록 행정명령 하고, 현장점검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는 등 ‘관리지침’에 어긋나는 경우 데이터 조작 시도·행위로 간주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국가출하승인 시 위해도가 가장 낮은 1단계 의약품에 대해 별도의 국가검정 시험 없이 서류검토만으로 승인받는 점을 악용한 사례로 분석했다.
식약처는 “위해도 1단계 의약품이라도 무작위로 제조번호를 선정하여 국가검정시험을 실시함으로써 서류 조작 시도를 차단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체계를 재정립해 국내 제약산업의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고, 국제 경쟁력 강화 및 신인도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