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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변질된 우회로 '제품설명회'?!

이주연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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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설명회 등으로 의료인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의 약가를 인하하는 등 정부 규제 이후 제약사들이 학술대회, 기부금, 제품 설명회 등의 우회적 방법으로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제약, 의료기기 업계의 ‘공정경쟁규약에 따른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을 30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제약사 리베이트는 줄었지만 경제적 이익 제공은 늘었다. 제약업계보다 규모가 작은 의료기기업계에서 리베이트와 경제적 이익 제공 비용을 많이 쓴 것으로 분석됐다.

연도별 불법 리베이트 적발은 제약업계에서 2015년 30건, 2016년 96건, 2017년 35건, 2018년 27건으로 점차 감소했다. 반면 의료기기업계는 2015년 2건, 2016년 8건, 2017년 6건, 2018년 16건으로 증가했다.

적발된 리베이트 금액도 제약업계는 2015년 108억원, 2016년 220억원, 2017년 130억원, 2018년 37억원으로 점차 감소했다. 반면 의료기기업계는 2015년 3억원, 2016년 8억원, 2017년 228억원, 2018년 12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 4년간 제약과 의료기기업계 모두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건수와 금액이 늘고 있었다. 학술대회 지원, 기부금, 제품설명회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다.

제약업계는 2015년 1979억원(8만3962건), 2016년 2208억원(8만6911건), 2017년 2407억원(9만3459건), 2018년 3107억원(12만3962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의료기기업계는 2015년 177억원(1802건)에서, 2016년 170억원(1932건)으로 다소 줄었다가 2017년 209억원(2263건), 2018년 249억원(2594건)으로 다시 늘었다.

전체적인 금액과 건수는 제약업계가 더 많았지만 건당 금액은 제약업계가 250만원, 의료기기업계가 950만원으로 3.8배 많았다.

제약업계와 의료기기업계가 가장 많이 활용한 통로는 제품 설명회였다. 두 업계는 4년간 제품설명회라는 명목으로 417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제공금액의 40%에 해당한다.

유형별로 제공한 금액을 살펴보면, 제약업계는 제품설명회(3630억원), 전시광고(2759억원), 기부금(2455억원) 순으로 많았다. 의료기기업계는 제품설명회(545억원), 학술대회(232억원), 기부금(29억원) 순으로 많았다.

김승희 의원은 “약과 의료기기 등이 공정한 질서 속에 유통될 수 있도록 공정경쟁규약을 적용하고 있지만 아직 주요 기업들의 참여가 미진한 게 사실”이라며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대형 기업들부터 경제적 이익 제공 신고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