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수상한 ‘영업대행’… 제약업계 신종 리베이트 기승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0/14 17:25
약사법 개정안 곧 발의… 중소 제약사들 긴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약품 영업대행사(CSO)의 불법 리베이트를 방지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개정안은 CSO를 약사법 상 ‘의약품 공급자’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CSO도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약사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법 개정 뿐 아니라 CSO를 정상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14일 정춘숙 의원실에 따르면 정 의원은 다음 주 중 국회에 현행 약사법에 대한 일부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을 추진 중인 조항은 약사법 ‘제47조(의약품등의 판매 질서)2항’으로, 현재 해당 조항에서는 리베이트 처벌 대상인 ‘의약품 공급자’를 법인 대표자나 이사·종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정 의원은 법안 개정을 통해 ‘의약품 영업위탁 및 기타 사무 처리위탁을 받은 자’, 즉 CSO를 법 적용 대상에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정춘숙 의원실은 개정안 발의 배경에 대해 “CSO가 리베이트 창구가 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제기됐고 답변도 있었지만 법 개정사항을 추진하지 않아 약사법 상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 발의를 통해 우리나라 제약 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제네릭 의약품 리베이트 행위를 근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본래 CSO는 제약 업체가 약품 개발·생산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영업 업무를 위탁·전담하는 영업대행 업체다. 최근에는 실적 개선을 위해 자체 영업 조직 대신 CSO에 업무를 위탁하는 중소 제약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최근 2~3년 전부터 CSO를 정부 감시망을 피한 리베이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CSO의 경우 약사법 상 ‘의약품 공급자’에 포함되지 않아, 리베이트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은 CSO의 높은 수수료를 리베이트에 활용한다. 제약사에서 CSO에 지급하는 판매대행 수수료는 평균 30~40% 수준인데, 이 중 일부를 리베이트 자금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2018년에는 A제약사가 영업대행사·도매상을 통해 2013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다수의 의료인들에게 16억원 상당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A제약사 임직원과 함께 영업대행사가 기소됐지만, 대행사는 약사법 아닌 ‘형법’ 위반이 적용됐다.
이 외에도 CSO를 통한 리베이트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발되거나 처벌받은 사례는 적다. 정춘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에 파악된 ‘CSO를 통한 리베이트 기소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정 의원실은 “관련 협회 등에 따르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은 문제에 대한 복지부의 관심이 낮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역시 CSO에 대해 보다 정확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리베이트 문제로 인해 CSO의 업무 자체가 제한될 경우 정상적으로 CSO를 활용하고 있는 업체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CSO 업계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법제화 전에 정부 차원에서 CSO의 역할이나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가 정착된 나라들의 경우 제약 전문가들로 구성된 CSO를 영업 업무 외에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많은 성장이 필요한 만큼 처벌 규정 뿐 아니라 CSO의 본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